2020. 11. 17. 11:50ㆍ책, 1년에 100권
유시민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고, 책도 얇고 작아서 식전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으로 읽어볼량으로 빌렸다. 1시간정도면 다 읽어 볼 수 있었다. 공부와 글쓰기에 대한 것이라 한다. 정확히는 책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다.
마음에 드는 내용 정리
책을 읽으며, 이렇게 세상과 사람과 인생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조금 또는 크게 달라지는 순간을 체험할 때, 저는 공부가 참 좋다는 걸 실감합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없었을 테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책 속에 심어 놓은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인간과 나 자신을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공부의 한 면이고, 그렇게 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문자로 옮기는 글쓰기는 공부의 다른면입니다. ... 그래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서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바뀌며, 감정과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어른들은 자꾸만 어린이한테 위인전을 줍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위인전은 대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고 목숨을 바친 사람들 이야기 입니다. ... 이렇듯 우리는 세상의 일과 자기 인생을 구분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분투한 사람을 우러러보는 문화를 숨쉬며 자랐습니다. ... 저는 '위인전 인생관'을 버렸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피아노 앞에 앉지는 말라는 겁니다. 무언가 아이디어가 있을 때,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구체적으로 떠오를 때 하라는 겁니다. 그런 것 없이 무작정 피아노 앞에 앉아봐야 아무 소용 없다고 하더군요.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책상 정리하고 컴퓨터 켜고 의자에 앉는다고 해서 글이 써지는 게 아니에요. 어떤 주제로 어떤 내용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힐 듯 떠오를 때 글을 써야 합니다. 그런게 없으면 밤새 앉아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프로그래밍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말과 글인데, 말이 글보다 먼저입니다. 호모사피엔스가 말로 의사소통한건 수십만년 되었지만 글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몇천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누구나 글을 읽고 쓴 것은 몇백년도 안 되고요. 그래서 글이 아니라 말이 기본이라는 겁니다. 저는 말에 가까운 글일 수록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문장을 제대로 썼나?이게 제대로 된 글인가? 혼자 글을 쓰다보면 이런 의문이 들죠. 그럴때는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입으로 소리를 내기 편하고 귀로 들어도 거슬리지 않고 뜻이 말하는 것처럼 잘 전해지면 잘 쓴겁니다.
Q) 책을 많이 읽고 싶은데 쉽지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비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유시민) 여행 좋아하세요?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 지구의 모든 도시에 다 가봐야 하는 건가요? 아니겠죠. 모든 곳을 다 가볼 수는 없잖아요. 억만금이 있어서 문제없이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해도 지구의 모든 도시를 다 가가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아요. 가고 싶은 곳을 원하는 방법으로 가는게 정답입니다. 그리니 가보고 싶은 곳을 되도록 많이 가보는 것, 그정도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선이겠죠. 무조건 많은 도시를 다니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다들 어리석다고 할 겁니다.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맛'입니다. 한권이라도 음미하면서 읽고 행복한 상상을 하는게 그런 것 없이 100권을 읽는 것보다 낫습니다. 다독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게 어리석은 것처럼, 속독하려고 애쓰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좋은 책은 천천히 아껴가면서 읽어야지요.
제 생각을 요약해보면, 책을 많이 읽는 비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게 있다고 해도 권하지 않겠습니다. 사는 데도 공부하는 데도 그런 비법은 필요 없으니까 말입니다.
Q) 작가로서 글을 쓸 때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을까요?
유시민) 첫째,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진 주제를 선택한다. 둘째, 전문지식이 없는 독자가 다른 정보를 찾지 않고도 텍스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쓴다. 셋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데 초점을 둔다. 넷째, 문장을 되도록 쉽고 간결하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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