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5. 11:44ㆍ인생의 반은 먹는 재미/레서피
닭 육수 레시피 (마이클 룰먼의 책 "Ratio" 에서..)
통구이로 먹고 남은, 살이 붙은 닭(1.5~2kg짜리)의 뼈를 토막 쳐 2ℓ들이 냄비에 담는다. 뼈가 잠길 만큼 물을 부어 아주 약한 불에서 2~6시간 데우듯 끓인다. 끓이는 내내 육수의 온도가 82~85℃를 유지해야만 국물이 대류를 일으키지 않아 물리적인 유화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맑은 육수를 얻을 수 있다. 당근 2개, 양파 1개, 소금을 더하고 약불에서 1시간 더 끓인 뒤 깨끗한 팬이나 1리터들이 밀폐용기에 체로 내려 담는다. 맛을 돋우기 위해 마늘 등을 더할 때 통흑후추, 월계수잎, 파슬리, 타임, 마늘, 대파의 푸른 잎, 토마토 페이스트 등을 함께 끓이면 더 좋다.
감칠맛 도는 국물의 핵심은 ‘켜’
국물에서는 대체로 감칠맛이나 재료에서 우러난 젤라틴과 생선이나 동물의 관절의 콜라겐이 열로 변한 것이 이 켜(맛의 층)의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한마디로 ‘멀겋지 않고 목으로 넘어 가면서 입안을 가득 메우는 듯한 맛’을 느낄 수는 국물이라면 켜도 있는 것이다. 다만 ‘진한 국물=켜가 있는 국물’은 아니다. 감칠맛이 열쇠이므로 조개 등의 맑은 국물도 또렷한 켜를 띤다. 양식에서는 고기가 붙은 뼈를 굽거나 토마토 페이스트 등으로 감칠맛을 덧입히는 요령을 많이 쓴다.
가장 쉽고 효과적인 육수 재료 ‘닭’
영계는 말 그대로 덜 자란 닭이니 감칠맛이나 지방 및 젤라틴으로 인한 진득함이 떨어져 육수를 내면 멀겋다. 그래서 닭볶음탕(명칭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어쨌든 표준어이니 일단 넘어가자)용을 육수의 재료로 권한다. 같은 닭이라도 부위 별로 토막을 쳐 놓았으니 표면적이 넓어 빨리 익을뿐더러 맛을 더 잘 우려낼 수 있다. 게다가 토막 쳐, 즉 부분육으로 파는 닭은 통째로 파는 것에 비해 대체로 더 많이 자라 큰 편이라 국물이 좀 더 진하고 진득할 수 있다.
서양식이라면 ‘미르푸아’라 일컫는 삼대 향신채 즉 양파, 당근, 샐러리를 더해 끓이지만 육수를 위해 따로 사다가 갖출 필요는 없고, 그저 한국인이라면 냉장고에 상비할 가능성이 높은 마늘과 파 정도를 넣고 중불에 올린다. 다만 한두 자밤쯤 소금간을 꼭 한다. 본격적으로 끓어 오르기 시작하면 최대한 약불로 낮춰 한 시간 정도 보글보글 끓인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가끔 냄비를 열어 상태를 확인하거나 단백질 찌꺼기인 거품을 걷어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육수를 최대한 빨리 내고 싶다면 조리 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여주는 압력솥도 있다. 같은 요령으로 재료를 담고 끓여 밀폐되면 30분 끓였다가 불을 끄고 그대로 압력이 빠질 때까지 둔다. 다 끓인 육수는 실온에서 그대로 식혀도 엄청나게 큰 문제는 없지만 솥째 찬물에 담가 최대한 빨리 식힐 때 변질 우려가 없어 좀 더 안전하다.
끓여 식히기까지 끝났다면 당장 칼국수든 죽이든 수프든 끓여 먹어도 좋지만 너무나도 갑자기 국물이 생각날 때를 대비해 비축해 둔다. 고기는 건져내 따로 대접에 담는다. 계량컵 등에 냉동 보관용 지퍼백을 벌려 씌우고 국자로 국물을 떠 담는다. 1컵(200~300ml)쯤 담기면 지퍼백에 담긴 공기를 완전히 빼 최대한 납작하게 만들어 주둥이를 닫는다. 지퍼백의 표면에 내용물의 명칭(닭 육수)와 낸 날짜를 쓴 뒤 납작하게 누운 채로 쟁반에 올려 냉동실에 얼린다. 꽝꽝 얼면 세워 나란히 보관할 수 있으니 냉동실의 공간을 한결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출처 : 이용재의 세심한 맛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2131628727213?NClass=SP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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